[현장 카메라]“실험쥐 같은 느낌”…청년들 몰리는 임상시험

2020-11-23 19



문제는 일자리입니다.

코로나 경제 불황이 청년들에게 막막한 채용 절벽으로 닥쳤습니다.

그러다보니 청년 구직자들이 각종 단기 아르바이트로 몰리고 있는데, 병원이나 제약사에서 진행하는 임상시험도 인기입니다.

권솔 기자의 현장카메라 시작합니다.

[리포트]
"아르바이트 구직 애플리케이션입니다.

쉽고 편한 단기 아르바이트라며 임상 시험 참가자를 모집하는 글이 빽빽한데요, 누가 어떤 이유로 지원하는지 현장으로 갑니다."

병원으로 청년들이 줄지어 들어갑니다.

번호표를 뽑은 뒤 채혈실 앞에서 순서를 기다립니다.

[현장음]
"10시 20분 신체검사 오셨는데 접수 안 하신 분 이쪽으로 와주세요. (실험) 지원하신 약 이름 말씀해주세요."

대기중인 청년들은 약물 임상시험 지원자입니다.

복제 의약품 출시를 앞두고 기존에 출시된 약품과의 효능을 비교하는 '생동성 시험'에 참가하기 위해 신체검사를 받으러 온 겁니다.

[병원 관계자]
"신검(신체검사)에서 합격해야만 아르바이트가 가능하거든요. 의사랑 같이 검진하고 피검사, 소변검사하고."

하루 이틀 정도 병원에 입원해 약을 복용하고 각종 검사를 거치면 돈을 받습니다.

[병원 관계자]
"(건강에는 큰 문제없어요?) 네 저희는 신약으로 하는 거 아니구요, 이미 시판되는 약을 (복제한 약품으로 실험하는 거라)."

임상시험에 참가했던 청년들을 만나봤습니다.

28살 취업준비생 김모 씨는 지난 7월, 고지혈증 치료제 실험에 참가하고 100만원 정도를 받았습니다.

[김모 씨 / 취업준비생]
"제가 한 거는 그나마 좀 싼 편이었어요. 110만 원인가? 요새 올라오는 거는 이제 300만 원 짜리도 있고, 코로나 대비해서."

돈을 벌지 않고 온전히 취업 준비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단기간 큰 돈을 버는 임상시험에 지원했습니다.

[김모 씨 / 취업준비생]
"약을 투여를 하는데, 그냥 그때가 제일 무서웠어요. 실험용 쥐가 된 느낌? 겁나죠. 겁은 나는데 지금 생활비 없어서 그게 더 겁나죠."

29살 취준생 김강호 씨는 1년새 향정신성의약품과 위장약 등 2개 시험에 참가했습니다.

건강 상의 이유로 임상시험은 최소 6개월 간격을 두고 참여할 수 있는데, 참여가 가능해지자마자 다른 시험에 지원한 겁니다.

[김강호 / 취업준비생]
"정신과 그거는 70몇 만원이었고, 위장약은 원래 57만원이었는데 저희가 또 코로나 검사 그것까지 추가해서 62만원 받았어요."

처음엔 내키지 않았습니다.

[김강호 / 취업준비생]
"마루타(인체실험 대상자)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, 그렇게 들으면 되게 제 자신이 진짜 실험 대상이 되는 것 같잖아요. 이것저것 막 실험하는….”

하지만 어머니에게 보낼 생활비도 마련하려면 닥치는대로 지원할 수 밖에 없습니다.

[김강호 / 취업준비생]
"월세를 동생이랑 같이 내고 있어서 좀 벌어야죠. 호텔에서 알바했었고. 학교, 식당에서도 일했어요. 확실히 자리가 많이 없는 것 같아요. 예전보다는."

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 3월 이후 취업자 수는 8개월 연속 감소했습니다.

그 중에서도 청년층 실업률이 가장 높습니다.

[김모 씨 / 취업준비생]
"평범하게 이제 가정을 꾸리는 게 저는 제 꿈이라서."

[김강호 / 취업준비생]
"일단 취업이라도 할 수 있으면 그냥 다 좋은 것 같아요."

"코로나 여파로 채용 문턱은 더 높아졌고,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 잡기도 쉽지 않은 요즘.

생활비를 마련해야하는 청년들은 실험실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.

현장카메라 권솔입니다."

권솔 기자 kwonsol@donga.com
PD : 김종윤·석혜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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